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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최악의 살인기업’에 하청노동자 5명 숨진 롯데건설
수정 2024-04-25 20:09등록 2024-04-25 14:27
민주노총·노동건강연대 등 선정
지난해 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가장 많이 숨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롯데건설이 선정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4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어,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롯데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2023년 한 해 동안 하청노동자 5명이 건설 현장에서 사고로 숨졌다. 지난해 9월22일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노반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와이어를 정비하던 하청노동자가 지하 19m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등 롯데건설이 원청으로 시공한 현장 5곳에서 1년간 4명의 노동자가 추락사고로 숨지고, 1명은 건물 해체 작업 중 쓰러진 지지대에 머리를 맞아 운명을 달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2위엔 각각 4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숨진 한화와 현대건설이 올랐고, 각각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디엘(DL)이앤씨(옛 대림산업)와 중흥토건, 현대삼호중공업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선정된 6개 기업에서 숨진 22명은 전부 하청 노동자로, 산재가 빈번한 건설 업종의 특성과 ‘위험의 외주화’라는 대기업의 고용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디엘이앤씨는 2022년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8명의 노동자가 숨져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벌이기도 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엔 ‘우아한청년들’과 검찰이 선정됐다. 음식배달 1위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배달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은 2022년 산재 승인 건수 1837건, 지난해(8월까지)엔 1273건으로 산재 발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검찰은 중대산업재해 발생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도, 부실한 수사와 기소로 기업 봐주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노총 등은 기자회견문에서 “우아한청년들은 기업 홍보 땐 ‘라이더 산재보험 가입 장려’, ‘안전교육 실시’ 등 노동 친화적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배달노동자들에겐 목숨을 건 노동을 부추겼다”고 밝히는 한편, “검찰은 스스로 마련한 구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징역 1∼2년을 구형하는 등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8142.html
‘과징금’ 규제 비웃는 빅테크 업계…한국은 ‘기업분할’ 철퇴도 없어
수정 2024-04-25 19:18등록 2024-04-25 16:18
FT “과징금으로 지배력 확대 못막아”
“미국처럼 기업분할해야 경쟁 회복돼”
한국 경쟁법에는 기업분할 조항 없어
전문가들 “플랫폼 규제방식 논의해야”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는 과징금을 사업 비용으로 여길 뿐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기사에 담긴 유럽연합 경쟁 당국 내·외부의 목소리다. 기사 제목은 ‘빅테크에 부과되는 과징금이 효과가 없는 이유’(Why Big Tech fines do not work)다. 그간 유럽연합이 빅테크의 법 위반을 적발해 수조원대 과징금을 물렸지만 경쟁법의 본래 목적인 시장 개방과 경쟁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구글·애플 등 빅테크에 맞선 유럽 앱 개발자를 변호하는 데미언 제라딘 변호사는 이 기사에서 “빅테크의 이익 수준에서는 어떤 과징금도 법을 어겨 얻은 이익을 초과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집행위원회 수석 부집행위원장도 “(빅테크) 사건을 진행하는 목표는 과징금이 아니라 시장을 경쟁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유럽 경쟁 당국은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과징금 약 2조7천억원을 부과했다. 빅테크의 연간 매출이 400조∼500조원에 이르는데, 수조원 수준의 과징금은 이들의 지배력 확대를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해법은 ‘구조적 조치’(기업분할)다. 빅테크를 쪼개 플랫폼 생태계 내 경쟁을 회복시키자는 얘기다. 다만 석유회사 스탠더드오일(1911년)과 유선통신회사 에이티앤티(AT&T·1984년)를 분할했던 미국과 달리 유럽은 기업분할 사례가 없다.
구조적 조치가 역사적 유물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마지막 기업분할은 무려 40년 전이다. 그럼에도 기업분할이라는 무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적잖다. 언제든 경쟁당국이 구조적 조치라는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긴장감이 독과점 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는데 여전히 유용하다는 견해다.
공정위 자문위원을 지낸 국내 경쟁법 전공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 법무부는 지금도 독점 해체를 위해 기업분할 소송을 내고, 소송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구조적 조치에 준하는 효과를 낼만 한 행태적 조처를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기업분할 위기에 몰린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브라우저 경쟁사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에도 구글이 일부 광고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은 어떨까. 우리 경쟁법은 독점 기업을 분할할 근거 조항이 없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실효성 있게 규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전통 산업과 달리 독점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특성 탓이다. 국내 택시호출 앱 시장이 좋은 사례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를 적발해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미 카카오 모빌리티가 시장을 장악한 뒤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은 독점기업 해체 조항이 있다. 미국은 독점이 현실화된 이후에 조사에 나서도 되지만, 우리는 분할 조항이 없는터라 독점화된 시장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경쟁법에 기업 분할 조항을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플랫폼에 적용할 새로운 규제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지원 아주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추가적인 규제 가능성에 대해 다수의 경쟁법 전문가들은 검토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플랫폼은 연결되고 통합돼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인 산업이다. 과거의 기업 분할식의 구조적 조치가 아닌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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