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발목에 찰랑대는 얕고 넓은 지식임...

Finish를 우리 말로는 마감이라고 하는데

목공작업에서는 조립 후 샌딩부터 뭘 칠해서 건조시키고 샌딩해서 매끄럽게 하는 과정을 마감이라고 함.

앞으로 마감이라고 부를거임

목공작업을 전체적으로 보면

1. 뭘 만들지 고민(주문을 받는다면 이 부분은 생략. 대게 주문자가 정해주므로)해서,

예산 정하고, 나무 골라서, 스케치해보고 도면을 그리고, 작업 공정의 순서나 방법을 결정하기까지

2. 1을 근거로 목재를 1차가공(대패)해서 재단후, 조립하는 과정까지.

3. 2까지 마친 목물을 매끄럽게 샌딩하고, 뭔가를 칠하고 건조시키고 매끄럽게 하는 단계까지

일반적이라면

이렇게 세 단계로 크게 분류할 수 있고... 작업에 드는 시간이나 육체적 노동의 양, 어려움의 정도, 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욕의 양 등등등을 고려할때

1 : 2 : 3 = 50 : 20 : 30 정도 된다.

하지만 상업공방에서는 1의 단계는 주문자가 거의 정해주게 되고,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부수적인 부분도 종속되어 있어서 1의 단계는 거의 무시되고

2의 단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3은 건너뛰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도로만 하게 된다.

그래서

1 : 2 : 3 = 5 : 80 : 15 일 수 있다.

또 그래서 대부분 목공 작업을 2의 단계로 오해하고 있다.

누군가 목공을 배운다면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기대하고 시작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배워보면

도면 그리는 툴(캐드나 스케치업)을 배우는 단계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3의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은 기본적으로 조립 이후에 일어나는 과정인데

이 과정은 목재란 재료의 물성을 이해함으로써

이 노가다를 왜 해야하는지, 동기가 부여될 수 있으리라 살며시 기대해 본다.

1. 목재는 섬유질이다.

영어로는 Fiber...

이게 사실 핵심이다.

왜 이 노가다를 이따위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지가 이 섬유질, 다공질이란 말 속에 다 포함되어 있다.

시부럴....

섬유란 말은 가늘고 길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늘고, 긴 가장 흔한 것이 털이다.

내 통장의 잔고처럼 개털... 으흠...

여튼 털이다.

목재는 털이다.

이렇게 털로 이루어진 것들을 섬유질이라 한다.

목재의 현미경 사진

요건 채소다.

볏짚 사진이다.

나무의 단면을 확대해보면 실질적으로 빈 공간이 더 많다.

빨대의 벽은 얼마 안 되고, 대부분이 비어 있다.

목재의 절반 이상은 공기인 것이다.

그 공기를 비싼 돈 주고 사는 것이다... ㅅㅂ

이게 목재의 단면이다. 빨대방향에 수직하게 톱으로 자르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 사진을 기억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로 하자.

털 하나하나는 가늘고 길어서 낭창거린다.

그래서 나뭇가지가 잘 휘는 것이다. 낭창낭창

나무는

이 실 형태의 섬유질이 가지런히 모아지고

여기에 나무의 수액이 농축되어 만들어진 레진에 젖어 (송진, 고무나무의 라텍스 등등등이 모두 레진의 일종이다. 고로쇠물도 끓여 졸이면 엿처럼 된다)

쌓이고 굳으면 우리가 아는 딱딱한 나무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목공을 하게 되면 이렇게 딱딱한 나무로 뭘 만들게 되는데

이 딱딱함이 큰 상태의 나무는 거칠고, 뾰족해서 찔리기 쉽고, 베이기도 쉽다.

또한 레진에 굳어 딱딱해진 상태의 나무도

자르게 되면 바로 위 사진처럼 섬유질의 일부는 잘리지만 잘리는 방향의 끄트리는 강도가 약해지면서 잘리지 않고 남아 실처럼 늘어지게 된다.

이렇게 털이 삐져나온 상태는 수분을 흡수하기 쉬워진다.

그래서 거칠고 털이 삐져나와 수분을 흡수하기 쉬워진 면을

사포로 마모시켜야 한다. 일명 샌딩이다.

하지만 샌딩을 아무리 잘해도

목재의 건조가 가속되면 표면에서는 목재의 갈라짐이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육안으로는 멀쩡한 것 같은 나무도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하게 수없이 갈라진다.)

이 갈라짐은 거친 느낌을 주게 된다.

그래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샌딩은 200정도 이상 해봐야 곧 거칠어 지기 때문에

백골(뭘 바르기 전) 샌딩은 대부분 100~200방 정도로 끝내는 것이다.

이렇게 다공질이고 섬유질인 마른 나무를 곱게 사포질 하고

오일을 바르면

첫번째 기공으로 흡수되고

두번째 섬유질 자체에도 흡수가 된다. (젖는 것이다.)

일단 기공에 들어간 오일을 좀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빨대 안에는 공기가 차 있고

여기에 오일을 바르면 오일이 모세혈관 효과로 빨대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렇게 빨려들어간 오일은 빨대 안의 공기를 압축시키게 되고

모세혈관효과로 인한 흡입력보다 빨대안의 공기의 압축력이 더 커지면

나무가 오일을 더이상 빨아들이지 않게 된다. (오일의 점도에 따라 흡수되는 양은 차이가 난다.)

즉 한번에 이보다 더 많이 흡수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나무가 한번에 빨이들일 수 있는 오일의 양이 정해져 있다.(도마처럼 물 일을 해야해서 오일을 많이 먹여야 하는 경우, 여러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흡수시켜야 한다.)

목재의 표면에는 이렇게 흡수되지 않고 고여있는 오일(잉여오일)이 남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일은 굳게 된다.

이때 목재의 표면에는 잉여오일의 양이 불균일한상태로 오일이 굳어버리게 되면

목재의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잉여오일이 굳기 전에 반드시 닦아내게 된다.

데크처럼 도막의 매끈함보다 도막의 두께와 내구성이 우선시 되는 경우 닦아내지 않기도 한다.

농구장처럼 매끈하고 두꺼운 바닥면을 얻기 위해서는

아주 두껍게 바르고 난 후 굳혀서

자동차 광 내듯 광내는 공구로 표면을 깎아내서 매끈한 면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끈한 면을 얻기 위해 잉여오일은 반드시 닦아내야 하는 것이다.

오일마다 다른데 많은 오일이 5~10분이 지나면 마르기 시작하고

마르기 시작하면 닦아내는 노가다의 강도가 한층 더 쎄지기에

오일이 충분히 흡수된 후, 오일이 마르기 전인 5~10분 사이에 닦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닦아낸 후의 목재 표면을 현미경으로 본다 치자.

잉여오일을 닦아낸 목재표면은 매끈한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오일이 건조되면서 입구를 막고 있는 오일의 양이 적어지고

이렇게 양이 적어지면 기공 내부의 공기를 압축하는 힘이 작아진다.

그러면 압축된 공기가 팽창하면서 빨대 입구 가까이에 있는 오일을 밀어낸다.

그래서 오일을 바르고 말리면 마치 제주도의 오름처럼

오일이 밀려나와 동글동글 도너츠 쌓아놓은 모양으로 굳은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실처럼 남아있는 섬유질의 끄트머리가 오일에 젖었다가

오일이 굳으면 실 끄트리도 함께 굳어

딱딱해지고 표면의 거친정도를 한층 심화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나무에 뭘 바르고 말리면

샌딩을 마쳤을 때보다 더 거칠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뭘 바르고 말린 후에는 반드시 샌딩작업을 해줘야 한다.

페인트, 젯소, 오일, 우레탄, 라카, 셀락... 심지어 물만 발라도

말리면 모두 거칠어진다.

이렇게 바르고 말리고 샌딩하고를 반복할수록

기공의 크기도 안에 들어간 오일이 굳으면서 작아지고, 털의 끄트머리도 딱딱해져 잘려나가므로 짧아져서

매끈한 면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목공에서 마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 2~3회 이상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스며드는 양도 상당해서 페인트도 처음 바르고 굳으면 나무가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일의 경우 50회 이상 마감하기도 한다.

얇게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두께를 올린 후에,

그렇게 쌓인 두께를 연마해서 유리처럼 매끈한 표면을 얻기도 한다.

상업목공의 경우 경제성이 다른 대부분의 가치를 압도하기 때문에

한번에 두껍게 발라지는 것을 선호하지만

마감의 기본은 얇게 여러번에 걸처 바르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얼마나 얇게 바르는가가 목수들에게는 오랜 고민거리였지만 석유에서 추출한 희석제(소위 신나)가 나오면서

오일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되어버렸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바를 수 있다.

현대의 오일은 대부분 첨가제의 희석비율만 조금씩 다를 뿐

기본이 되는 배합 공식은 50년대 이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페인트는 입자의 크기가 기공보다 커서

거의 흡수되지 않고

표면에 남아 굳으며 표면을 덮어버리게 되는 것이고

스테인은 오일에 도료를 섞은 것인데

이 도료의 입자 일정한 크기로 작아

기공이 큰 쪽은 흡수되고

도료보다 구멍이 작은 곳으로는 흡수되지 않아

얼룩이 지게 되는데

목재의 기공의 크기는 나이테(계절)를 따라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목재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며 착색시키는 특수성이 있다.

이렇게 도료가 기공에 흡수되는 종류의 마감제는

도료가 기공을 막아 기공을 막는 효과가 크지만

반대로 기공을 막기 때문에 흡수되는 양이 적어

샌딩을 강하게 하면 기공이 다시 그대로 노출되어 버린다.

즉 침투 깊이가 얕기에 어딘가에 부딪히면 까지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말 잘 벗겨진다)

그래서 스테인이나 페인트를 보호하기 위해 그 위에 바니시나 라카로 코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일스테인의 경우에는

바니시의 성분인 우레탄까지 섞여 있는데

우레탄이 가장 늦게 건조되는 특성으로

오일이 스며들고, 도료가 건조된 이후

남아있는 우레탄이 굳으며 표면을 코팅하는 효과까지 있다.

식물의 섬유질은 겁나게 단단해서

포유류 스스로는 분해효소를 분비하지 못하고

장내 세균의 도움을 받아 소화하게 되는데

소화 분비물이 나와 빠르게 소화시킬 수 없기에

초식동물의 소화기관은 지나치게 길고 여러개의 위를 거치며

장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소화시키게 되고

육식을 하는 포유류는 장의 길이가 짧아

섭취한 음식물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거의 소화되지 않는다.

그렇게 강려크한 섬유질도

결국 자외선 앞에선 장사 없다.

자외선에 취약하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미생물은 물에 의지해 살아가기에

다공질이고 섬유질이어서

수분을 흡수하기 쉬운 목재는

반드시 마감해야 한다.

마감하지 않은 목재는 아무리 샌딩을 잘 해놓아도

정말 빠르게 거칠어진다.

거칠어진 표면은 갈라짐을 의미하고

이렇게 갈라진 틈은 더 많은 습기를 흡수하게 되고

곰팡이가 자라나게 되고...

목재의 변질이 가속화되는데

어느 시점이 지나면 목재의 물성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마감에서 다뤄야할 또 하나는 희석제에 대한 상식인데

희석제를 영어로 Thinner라고 한다.

해석하면 묽게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다.

산업화 이후에는 린씨드(아마)오일을 가열해서 수분을 날려 썼는데

이것이 Boild Linseed Oil이다.

이렇게 하면 오일이 진해지고 건조 후 좋은 품질의 마감면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오일의 점성이 커져 펴 바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석유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순물이

이 오일을 묽게 만들지만 그 물성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며

휘발성이 강해 바르고 나면 금방 날라가 버리고

오일만 얇게 펴바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어쩌면 희석제가 개발됨에 따라 보일드 방식의 오일이 상용화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희석제는 도료마다 종류가 다 다르다.

우레탄신나, 에나멜신나, 라카신나, 에폭시신나

종류마다 묽게 만드는걸 다 신나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수성페인트가 걸쭉해 물을 타서 쓴다면 이때에는 물이 신나가 되는 것이다.

신나는 일본을 거쳐 들어와 발음도 이상해져 버렸고

마치 고유명사인것처럼 쓰는데

도료를 묽어지게 하는 전부를 지칭하는 명사인 것이다.

종류가 다 다르다는 말은

종류를 크로스해서 쓸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일스테인에 물을 섞어 쓸 수 없듯이

라카에 우레탄신나를 부으면 섞이지 않고 방울방울지게 된다.

그러므로 용도에 맞는 씨너를 써야만 한다.

대부분 희석제는 유독성이 무척 강하다.

목공 초기에는

이 마감이 특히나 어렵게 느껴진다.

종류도 너무 많고 순서가 딱 정해져 있는데

이 순서나 시간을 어기면 너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오일스테인을 바른 후 적정한 시간에 닦아내지 않게 되면

낭패를 보게 되는데

이때 우레탄 신나를 천에 적셔 닦아내면

어느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고품질의 마감면을 얻는 것은 어렵다.

또는 마감제 위로 생활 스크래치가 살짝 난 경우 해당 씨너를 적셔 문질러주면 스크레치를 없앨 수도 있다.

컴파운드로 차에 얕게 난 스크레치를 지우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또 숙련도가 부족해 마감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도

해당 도료에 맞는 씨너를 적셔 닦아주면 매끈해진다.

마지막으로

마감제도 부식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외선이나 산소, 먼지와 마찰에 의해 부식되고 닳는다.

그러므로 최소한 2~3년에 한번은 재도장을 해줘야 한다.

아이고 이제 그만 알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