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목소리...오전의 혼란 속에 희미했던 목소리가 또렷이 멤돈다.
수화기 너머에 그녀가 있다. 가슴이 떨려왔다.
그녀에 대한 떨림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의 울림은 생소하기만 했다.
멈추지 않는 떨림에 대한 생각으로 회피해 있는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정적이 싸늘하게 감싼다. 이제는 정말 나서야만 했다.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했어... 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다만 솔직하게만 대답해줘."
길지 않은 한마디를 내뱉는 것이 정말 힘겨웠다.
온몸이 저릿 거렸고 문득 내 몸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물어볼게 있다고 말했다. 나는 질문을 해야만 했고 머리를 꽉 채운 모든 것을 물을 순 없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은 깊어갔지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과연 어떤 것일까? 수화기를 내려 놓고 후회하지 않을 질문은?
"어제 네가 한 그 말... 진심이니? 다시 생각해 볼 수는 없는거야?"
몸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지 않다는 생각.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입을 연 순간 내 시선은 전화기가 아닌 나 자신을 관조하고 있었고, 나는 전화기를 쥔 어떤 남자를 바라보는
관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관객을 기만하는 배신의 현장을 지켜봐야만 했다.
"나는 진심이었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아마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남자의 한가닥 미련마저 지우고 싶은 탓이었을까.
그녀의 대답은 일말의 고민 없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나는 한심하게 떨고있는 남자가 증오스러웠다. 내가 원했던건 뻔히 보이는 비참한 결말이 아니었다.
굳이 직접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어제 그녀가 보여준 태도 그리고 눈빛은 완고했다.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서 배신의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다.
나를 떠나야만 하는 그 잘난 이유를 확인하고 그녀의 선택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것이었는가를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그녀를 비난하고 상처주고 싶었다.
그랬던 내 소망을 저 남자가 처참히 짓밟고 말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수화기를 붙들고 미동도 않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나는 한없이 허탈했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한가지.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나는 저 비참한 남자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는 단지 그를 바라보고 약간의 동정을 던지면서 그의 경솔함을 비난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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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대비는 잘 하셨나요? ㅎㅎ 9월 모의고사가 코앞이라 일하고 있는 학원이 너무 바쁩니다 ㅜㅜ 뭔가를 올리고
글을 쓰고 할 시간이 나질 않아요 ㅜㅜ 태풍 때문에 집에 있는 동안에라도 열심히 써볼게요 ㅋㅋ
역시 많은 조언과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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