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쿵 저러쿵

영화 시나리오 공부를 하기전, 그러니까 학창시절부터 한이었던 창작에 지금보다 열중하기 전.

내가 가질수있는 개성을, 세상에 맞서 확인하고 분출하기 위해서 창작을 꿈꾸었던 거같다.

그런데 창작은 커녕 엉뚱한 심리학이나 정신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임상심리학자 조던피터슨이 심리학을 처음 공부하며 난해하다했던 부분이다.

경험해보니 나의 개성은 내가 소유하고 컨트롤 할수 있는게 아니었다.

찾으려하면 오히려 흐려졌고, 찾지않으려하면 남의 눈에 개성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내 개성은 내것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았을지 모른다.

시나리오를 공부하며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를 보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그 철학은 사적인것이었다.

개성이란 나와 타자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정체성에 녹아있다.

그리고 그것은 창작된 영화들, 그속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영위하는 일상에 녹아있었다.

그것은 다소 인위적이기도 하지만, 대개 '그렇게 살아야만' 어울리는 일상들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선택적인 개성은 폭력적이다, 타인을 위압한다.

투자나 장사에는 평생 소질이 없을것 같던 내가 '주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년전 객기로 시작했을땐 오르내리는 차트에 정신이 헤까닥하더니,

금새 몇십만원이 날아갔다.

다시금 발을 들여놓은 주식판에서 나는 어떻게 투자를 해야할까.

인터넷에 어떤글을 보니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종목, 어떤 사람의 수익이나 손실에도 흔들리지않을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경험론적이며, 오르거나 내릴것이라는 기대나 망상이 아니다.

아무래도 돈과 관련한 것이라 그 '원칙'이란건 금기시한다.

주식책을 보진 않지만 꼴에 부자라고 유튜브에 나오는 게스트들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

누구는 분산투자를 하라하고, 누구는 하지말라한다.

그래도 영화공부를 하며 많이 흔들린 탓에 이상한 경륜은 생긴것인지 과학에도 '절대'가 없듯,

투자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은 다 말장난이란것을 알았다.

결국 시나리오를 공부하며 경험했듯, 경험을 통해 사적인 원칙의 깊이를 만들어야했다.

투자란건 가치에 대한 믿음이다.

트랜드를 읽어야 하고, 성장세를 파악해야한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고찰들을 다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데에 끌어와본다.

나는 예술, 독립영화를 탐닉하느라 흥행이나 대중성에대해선 죽 회의적이었다.

투자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고민하다보니 영화를 보는 눈도 달라진다.

대중적으로 관객이 끊이지않았던 장르는 무엇인가 망설임없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재난영화일까, 액션영화일까.

재난 영화같은것은 흥행성 보장확률이 높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것이고,

제작비용이 적게 들면서 장르적 성격을 갖춘것은 무엇이 있을까.

추리영화? 범죄영화?'

이제 나는 별로 개성을 찾기위해, 자아실현을 하기위해 사는것 같지않다.

내가 살면서 어디까지 알고, 어떻게 그것을 보여줄수 있을까.

어느만큼 값진걸 성취할수 있을까.

그게 자아실현이라면 그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깨닫는' 행위를 참 좋아하기 때문이다.